넬(n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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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스타앤스타작성일03-11-11 15:35 조회59,51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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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 버튼을 누르자마자 듣게 되는 것은 결이 촘촘한 기타 스트로크 사운드와 여린 듯 흐느끼는 남자 보컬이다. 순간, 이미 이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여전하군'이라는 생각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음반의 첫 곡은 "유령의 노래", 주인공은 넬(Nell)이다.
2003년 6월에 발매된 넬의 세 번째 정규 음반, [Let It Rain]은 전작들과 비교했을 때 크게 달라진 점을 발견하기 어려운 음반이다. 이를테면 데뷔 이후부터 이들을 쫓아다니던 라디오헤드(Radiohead), 뮤즈(Muse) '워나비'라는 꼬리표도 여전하고, 그 꼬리표만으로 이들을 비판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것도 여전하다.
그리고 음반에 대한 이런 양가적인 입장은 미묘하게 달라진 기타 톤에 근거한다. 1집 [Reflection Of Nell]과 2집 [Speechless]가 오로지 폐쇄적이고 자학적인 사운드와 노랫말로 각인되었다면, 3집 [Let It Rain]은 다소 밝고,가벼워진 느낌의 기타 톤을 선보인다.
물론 그것이 멤버들의 성향이 변화했음을 반증하는 것인지, 아니면 한국 주류 대중음악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위한(3집 음반은 서태지컴패니에서 발매되었고 대대적인 마케팅이 이루어졌다) 이들 나름의 전략인 것인지는 수용자의 짐작에 맡길 수밖에 없겠지만, 재수록된 "어차피 그런 거", "믿어선 안될 말", "Eden"(이상 1집)과 "낙엽의 비"(2집)를 비롯해서 오리지널 곡인 "유령의 노래"와 "고양이", "Stay"나 "시작의 끝" 등에 등장하는 가벼운 톤의 기타 리프와 유럽풍 패스트리처럼 겹겹이 쌓인 사운드의 결은 이들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유령의 노래"와 "시작의 끝", "기생충" 등에서 두드러지는 다채로운 기타 프레이즈와 가늘게 흐느끼다가 고음부에서 한번에 내지르는 보컬 스타일은, 이제는 차라리 어느 정도의 수준에 도달한, 다시 말해 넬이라는 밴드의 아우라를 형성하는 특징이 된 것 같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그 덕분에 여전히 라디오헤드와 뮤즈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밴드라는 혐의를 배제할 수는 없지만, 넬이 획득하고 있는 밴드로서의 안정감이라든가 곡 자체의 완성도는 한국 대중음악 시장에서 만나기 드문 게 사실이라는 얘기다.
바로 이점이 넬을 단지 '영국산 울먹울먹 밴드의 아류'라고만 몰아붙일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만으로 이들에게 높은 점수를 줄 수는 없을 것 같다(게다가 11곡의 수록곡중 재수록곡이 4곡이나 있으니). 밴드로서 만들어내는 사운드와 나름의 아우라를 보유한 보컬이 일정한 궤도에 오른 것처럼 보임에도, 가사와 곡의 스타일에 드러나는 여전한 사춘기 소년의 (극단적인 자기연민에 닿은) 자기애적인 감수성은 아무래도 이들의 특성이자 한계로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은 대부분 '실패자(loser)로서의 자학'이 일종의 태도(attitude)일 수도 있었던 시절의 음악 스타일을 이들이 표방하고 있기 때문이겠지만. 아무려나, 2003년의 한국 사회란 평범한 삶을 영유하기에도 그리 녹녹치 않은 게 사실이니, 이들의 지극히 개인적이고 추상적인 근거에 기댄 자학성은 차라리 동시대 한국 청년들의 절망을 반영한다고 이해해야 할까? 물론 이런 얘기를 하려면 보다 많은 전제와 사례들이 필요할 것이고, 넬의 3집은 한편으로는 한국 인디 '모던' 록 밴드들의 주류 진출에 대한 분석의 단초를 제공해줄 뿐이다.
그래도 다소의 내부적인 변화가 있을지언정 하위문화적인 감수성을 보유한 이들의 음반이, 음악에 대한 일련의 태도를 유지하(려)는 음반사의 주도로 한국 주류 시장에 등장했다는 점이 간과되어서는 안될 것이다(물론 그 결과는 한동안 지켜보아야 할 것이지만).
덕분에 지난 3여 년 간 인디씬에서 확인된 이들의 대중성이 과연 주류 시장을 '돌파'할 수 있을까, 혹은 한국의 대다수 음반 구매자들이 이들의 감수성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하는 문제는 당분간 '현재적'으로 남을 것이다.
음반의 첫 곡은 "유령의 노래", 주인공은 넬(Nell)이다.
2003년 6월에 발매된 넬의 세 번째 정규 음반, [Let It Rain]은 전작들과 비교했을 때 크게 달라진 점을 발견하기 어려운 음반이다. 이를테면 데뷔 이후부터 이들을 쫓아다니던 라디오헤드(Radiohead), 뮤즈(Muse) '워나비'라는 꼬리표도 여전하고, 그 꼬리표만으로 이들을 비판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것도 여전하다.
그리고 음반에 대한 이런 양가적인 입장은 미묘하게 달라진 기타 톤에 근거한다. 1집 [Reflection Of Nell]과 2집 [Speechless]가 오로지 폐쇄적이고 자학적인 사운드와 노랫말로 각인되었다면, 3집 [Let It Rain]은 다소 밝고,가벼워진 느낌의 기타 톤을 선보인다.
물론 그것이 멤버들의 성향이 변화했음을 반증하는 것인지, 아니면 한국 주류 대중음악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위한(3집 음반은 서태지컴패니에서 발매되었고 대대적인 마케팅이 이루어졌다) 이들 나름의 전략인 것인지는 수용자의 짐작에 맡길 수밖에 없겠지만, 재수록된 "어차피 그런 거", "믿어선 안될 말", "Eden"(이상 1집)과 "낙엽의 비"(2집)를 비롯해서 오리지널 곡인 "유령의 노래"와 "고양이", "Stay"나 "시작의 끝" 등에 등장하는 가벼운 톤의 기타 리프와 유럽풍 패스트리처럼 겹겹이 쌓인 사운드의 결은 이들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유령의 노래"와 "시작의 끝", "기생충" 등에서 두드러지는 다채로운 기타 프레이즈와 가늘게 흐느끼다가 고음부에서 한번에 내지르는 보컬 스타일은, 이제는 차라리 어느 정도의 수준에 도달한, 다시 말해 넬이라는 밴드의 아우라를 형성하는 특징이 된 것 같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그 덕분에 여전히 라디오헤드와 뮤즈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밴드라는 혐의를 배제할 수는 없지만, 넬이 획득하고 있는 밴드로서의 안정감이라든가 곡 자체의 완성도는 한국 대중음악 시장에서 만나기 드문 게 사실이라는 얘기다.
바로 이점이 넬을 단지 '영국산 울먹울먹 밴드의 아류'라고만 몰아붙일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만으로 이들에게 높은 점수를 줄 수는 없을 것 같다(게다가 11곡의 수록곡중 재수록곡이 4곡이나 있으니). 밴드로서 만들어내는 사운드와 나름의 아우라를 보유한 보컬이 일정한 궤도에 오른 것처럼 보임에도, 가사와 곡의 스타일에 드러나는 여전한 사춘기 소년의 (극단적인 자기연민에 닿은) 자기애적인 감수성은 아무래도 이들의 특성이자 한계로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은 대부분 '실패자(loser)로서의 자학'이 일종의 태도(attitude)일 수도 있었던 시절의 음악 스타일을 이들이 표방하고 있기 때문이겠지만. 아무려나, 2003년의 한국 사회란 평범한 삶을 영유하기에도 그리 녹녹치 않은 게 사실이니, 이들의 지극히 개인적이고 추상적인 근거에 기댄 자학성은 차라리 동시대 한국 청년들의 절망을 반영한다고 이해해야 할까? 물론 이런 얘기를 하려면 보다 많은 전제와 사례들이 필요할 것이고, 넬의 3집은 한편으로는 한국 인디 '모던' 록 밴드들의 주류 진출에 대한 분석의 단초를 제공해줄 뿐이다.
그래도 다소의 내부적인 변화가 있을지언정 하위문화적인 감수성을 보유한 이들의 음반이, 음악에 대한 일련의 태도를 유지하(려)는 음반사의 주도로 한국 주류 시장에 등장했다는 점이 간과되어서는 안될 것이다(물론 그 결과는 한동안 지켜보아야 할 것이지만).
덕분에 지난 3여 년 간 인디씬에서 확인된 이들의 대중성이 과연 주류 시장을 '돌파'할 수 있을까, 혹은 한국의 대다수 음반 구매자들이 이들의 감수성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하는 문제는 당분간 '현재적'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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