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시집 낸 \"담다디\"의 이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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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스타앤스타작성일04-04-17 11:06 조회65,45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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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맛 구름 아래 오렌지맛 노을
바닐라맛으로 펼쳐진 하늘.
아,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아 나도 당신을 사랑합니다.
내 일생의 모든 여름과 봄 당신의 사람이 되겠습니다.
내 일생에 먹을 딸기맛에 당신의 입술을 느끼겠습니다.
내 일생에 먹을 오렌지맛에 당신의 손을 만지겠습니다.
- 사랑합니다 - 중\'
한 20대 보헤미안이 어느 카페에 앉아 끼적거린 시의 일부이다.
열정과 순수, 고독과 아픔으로 세상을 바라보던 그는 어느덧 30대 중반이 되었다.
10년 전 쓰인 시들은 친근하고도 낮선 존재가 되어 불로영약처럼 그에게 젊음의 영감을 불어넣는다.
가수 이상은(34)이 첫 시집 <푸른 달팽이의 달빛무대 & SOUL>(소담 간)을 펴냈다. 그가 20대이던 1992~99년에 쓴 시들만을 모았다.
\"모든 20대는 코쿤처럼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있다.
알에 들어 있을 때, 그 속에서 겁없는 무모함으로 바라보았던 세계가 얼마나 재미있는가.
자신에게 의문을 던지고 답을 찾으려 한 20대가 사라지지 않았으면 한다.
자신만의 개성이 있고 그게 나란 걸 확인하는 작업(시집)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강렬한 영감을 주고 싶다.\"
88년 <담다디>로 데뷔했지만 주류 가요계에 뿌리내리기를 거부한 그의 시 40여 편은 인상주의 화가의 작품처럼 탄생했다.
시는 마음 맞는 친구들과 우르르 몰려다니며 또는 홀로 외국을 떠돌며 보헤미안 같이 보낸 20대 시절의 산물이다.
시집 출간은 우여곡절 그 자체다.
<언젠가는>이 한창 상한가를 치던 93년 <서울 한가운데 바다>란 제목으로 시집을 낸다는 언론의 기사까지 났다가 연기됐다.
97년엔 시 에세이 일러스트를 모두 합친 아트북 형태로 가제본까지 했다가 그가 외국으로 나가는 바람에 출간이 뒤로 미뤄졌다. 약 7년 만에 정식으로 나온 셈이다.
<푸른 달팽이의 달빛무대 & SOUL>에 담긴 시들은 젊고 감성적이다.
어쩌면 철학적이라고 하는 게 옳을지 모르겠다.
<서울 한가운데 바다> <운명> <색소> 등의 시에는 때로 20대만의 불안감이 희망이나 낭만과 칡넝쿨처럼 얽혀 묘한 여운을 전한다.
미국에 유학하며 조각을 공부했고 지난 3월 \'동경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그랑프리를 차지한 애니메이션 <아프리카 아프리카>의 음악 감독을 맡아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한 그는 \"음악과 마찬가지로 시도 나를 표현하는 방법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소설이나 영화 등 재미있는 걸 많이 해보고 싶다. 물론 독립적으로 움직이겠다\"고 말했다. 에너지에 원숙미까지 더한 \'담다디\'의 발걸음은 이제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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