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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믹 연기로 인기 모으고 있는 ‘신입사원’, 에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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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스타앤스타
작성일05-05-24 20:39 조회117,30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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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자로 데뷔한 가수들이 줄줄이 고배를 마시는 마당에 연달아 히트작에 출연하며 연기력까지 인정받고 있는 에릭. 신화 멤버로 활동할 때에는 가장 조용한 인물로 보이는데, 홀로 떼어놓으니 이토록 빛을 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재능에만 의존하지 않는 노력파

“운이 좋은 것인가요? 아니면 타고난 재능의 위력인가요? 그것도 아니면 죽도록 연습하고 연구하는 노력파이기 때문인가요?”

단도직입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유창하진 않지만 질문의 핵심을 짚어낸 후 정확한 논리에 빗대 이야기하는 에릭(본명 문정혁· 27세)의 답변이 기대됐다.

“운이 좋아 복권에 당첨되는 것처럼 쉽게 성공한 타입은 절대 아닙니다. 제게 특별한 재능이 있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고요. 아무것도 없지만 죽기 살기로 부딪쳐보는 스타일이니 노력하는 사람으로 봐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러고는 뭔가 설명이 부족하다고 여겼는지 “요즘처럼 시청자들의 반응이 즉각적이고 적극적인 상황에서는 노력 없이 운과 재능만으로 살아남을 수 없는 것 아닌가요?”라며 반문한다.

그는 연기자로 데뷔하기 전 치열하게 트레이닝을 받았다고 한다. 한때 노래에 빠져 정신 못 차리던 시절이 있었듯이 연기에 푹 빠져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던 시절도 있었다는 것.

드라마 데뷔작인 <나는 달린다>와 <불새>에서 각각 세상이 자신에게 해준 게 없으므로 누구에게서든 가진 것을 뺏는 게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비뚤어진 사고뭉치, 수려한 외모의 그룹 후계자로 출연해 나름대로 연기 영역을 구축한 에릭. 세 번째 작품인 <신입사원>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주인공을 맡은 만큼 그에게 지워진 짐도 더욱 묵직해졌다.

<불새>에서는 멋있는 캐릭터와 어우러지는 스타일리시한 외모가 인기에 영향을 주었던 게 사실. 그러나 연기에 대해선 A를 주기에는 조금 모자랐다.
그런데 이번 작품은 A+ 연기력을 요구하고 있다.

대학시절 강의실보다는 학교 앞 당구장이나 나이트클럽에서 보낸 시간이 많아 졸업 후 ‘이태백’으로 살고 있는 한심한 청춘이 전산 착오로 대기업에 수석으로 입사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리는 이 드라마의 주인공 ‘강호’는 이름만큼이나 황당무계한 캐릭터다. 지금까지 브라운관을 통해 보여줬던 세련된 왕자님 이미지와는 정반대의 인물인 것. 그런데 그의 천연덕스러운 모습에 시청자들이 공감하며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제가 비교적 잘 소화해낼 수 있는 역으로 연기 변신을 하게 돼 기분이 좋아요. 아무래도 저에게는 주성치풍 영화나 만화 <열혈강호>의 주인공 같은 코믹 캐릭터가 어울리는 것 같거든요. 완벽한 사람보다는 좀 허술하고 빈틈이 있는 사람이 더 좋지 않나요? 저도 그래서 강호에게 매력을 느꼈어요. 사실 공부를 못할 뿐이지 다른 면에서는 괜찮은 남자거든요.”

극 초반부에 보여줬던 백수 처지의 주인공에게 그는 남다른 ‘애정’을 드러낸다 .앨범을 냈는데 반응이 없어 활동을 중단하고 마냥 기다리던 때의 형편이 딱 강호와 같아 경험에서 우러나는 연기를 할 수 있었다”며 웃는다.

“그렇다면 드라마 상황처럼 백수로 지내다가 대기업에 입사 후 자신의 능력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일을 해야 할 상황에 처한다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물으니 “그 일이 가수나 연기라면, 정말 하고 싶은 일이라면 핍박에 굴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해보겠다”고 한다.

연기에 대한 강한 애착을 드러내는 그는 연기자로 활동할 때는 ‘문정혁’이라는 한국 이름을 사용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7집 앨범 활동을 위해 미국 영주권도 포기했기에 영어 이름을 고수할 필요가 없다는 것. 가수 활동할 때야 그룹 ‘신화’의 ‘에릭’이지만, 연기에 임할 때는 연기자 ‘문정혁’으로 기억해달란다.

하고 싶은 말은 기필코 해야 직성 풀리는 성격

얼마 전 극중에서 취업 후에도 업무를 주지 않아 무료한 강호가 낙서하는 장면이 나왔는데 그 어처구니없는 낙서 내용이 시청자들의 웃음을 자아내면서 화제를 뿌렸다.

‘미옥 미옥 미옥 미옥… 미역~.’ 자신이 좋아하는 미옥의 이름을 쓰다가 엉뚱한 발상을 한 것이다 . 라이벌인 봉삼의 이름은 ‘봉32’라고 쓰기도 했다. 능청스럽긴 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남자 강호. 그러고 보니 에릭과 닮은 구석이 많다. 지난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던 ‘에릭의 뇌구조가 궁금하다’는 글이 기억나는지?

에릭이 팬들과 인터뷰한 것이 간추려져 신화 홈페이지에 올라와 퍼진 것인데, 강호의 낙서와 견줄 만한 재기 발랄한 내용이 담겨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입영통지서를 받는다면?
에릭: 나라의 부름인데 당연히 가야지. 아니면 검찰에 가든지….
이제 막 입대한 졸병이다. 아무런 이유 없이 상관에게 두들겨 맞았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에릭: 지나가는 개미를 붙들고 하소연한다.
팬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에릭: 고슴도치의 등을 갈라보면 밤이 나와요.

에릭은 ‘신화’ 노래의 거의 모든 랩 가사를 직접 쓸 정도로 글쓰기를 즐긴다고 한다. 그가 홈페이지에 써놓은 글들을 보면 썰렁하면서도 악취미가 담겨 있는 유머나 어떤 상황에 대해 논리적으로 꼬집는 내용이 눈에 띈다. 그 속에서 에릭만의 재치와 묘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그의 ‘뇌구조’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엉뚱한 면이 없진 않지만, 제 발상이나 행동이 그렇게 튄다고 생각진 않아요. 기존에 방송을 통해 보여준 제 모습과 실제의 생각이나 행동이 다르기 때문에 더 신기하게 보이는 것 같아요. 신화 활동 때와 <불새> 출연할 때 나서지도 않고 웃긴 모습보다는 멋진 모습을 보였잖아요. 그러다 보니 보통 다른 사람들에게서 자주 볼 수 있는 행동이나 말을 하는데도 제가 하면 좀 놀라는 경향이 있어요. 전 그저 그때그때 하고 싶은 말을 솔직히 할 뿐인데 말이에요.”

확실히 그는 하고 싶은 말은 해야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이다. 지난해 한 인터넷 매체의 기자가 ‘꽃미남 그룹 신화는 왜 7집을 발표했는가’라는 공격적인 제목으로 7집 앨범을 혹평한 기사를 썼을 때도 ‘우릴 비판하고 싶다면 자격부터 갖춰라. 이 이상 하고 싶은 말이 남아 있다면 개인적으로 날 찾아오길 바란다. 하지만 신화를 만나기가 그리 쉽지는 않다’는 내용을 담은 논리적인 반박 글을 길게 남긴 적이 있다.

그는 이유 없이 공격을 받으면 언제든 네티즌이나 팬들과 설전을 벌이기도 한다. <불새> 출연 후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본인의 의사와는 다른 일을 강요당하자 휴대폰 하나 달랑 들고 제주도로 떠나 열흘간이나 잠적한 적이 있었다. 돌아와서는 인터넷에 ‘악순환되고 있는 연예계의 관례를 넘어서려면 방송국의 입김에 좌지우지 놀아나지 않을 만큼 거물이 돼야겠다’는 요지의 글을 남겨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글 기자 : 이효순
사진 기자 : 권오경, MBC 홍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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