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악을 만나는 시점과 계기는 사람마다 조금씩 다를 것이다. 갑자기 이게 무슨 소리냐 하면 나도 한때 음악을 한답시고 까불던 때가 있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거다. 학교 노래패를 할 때였다. 지하 동아리 방에서 한 두어 시간 목이 터져라 노래를 부르다 노래에 취하고 가사에 감동해서 눈물도 찔끔 흘리고 나면 머리가 멍해지고 속이 후련해졌었다. 꽃다지가 부럽지 않았고 안치환, 김광석이 부럽지 않았던 지독한 나르시시즘에 빠져 허우적거렸던 것이다. 뭐 노래운동보다 카타르시스, 배설, 욕구해소, 욕망의 미끄러짐으로서의 의미가 아니었나 싶지만 아주 가끔은 노래를 팔아 밥을 먹고사는 삶을 꿈꾼 적이 없는 것은 아니다. 솔직히 그 고된 생 노가다의 바다에 몸을 던질 자신이 없었던 거였지. 물론 실력도 시원찮았지만.  저도 언젠가 가수의 꿈을 꾼 적이 있었는데 지금은 접었어요. 강> 그래요? 그거 정말 쉬운 거 아니예요. 돌이켜 보면 지금까지 제가 온 길이 바보 같고 전설 같고 어떻게 버텨왔는지 모르겠어요. 후배들이 있다면 내 길을 따라오라고 이야기 할 수 있겠어요? 강> 저는 그걸 떠나서 제가 가야 할 길을 간 거죠. 음악인으로서의 자질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물론 음악적 자질도 중요하겠지만 어렵게 해야만 이정도의 위치에 오를 수 있다고 후배들에게 말해 줄 수도 있을 텐데. 강> 본인이 원한다면 해야죠. 저는 저하고 약속한 게 있어요. 모든 것을 포용할 수 있고 내가 음악을 하면서 생기는 어떤 어려움도 받아들일 수 있다고요. 그렇기 때문에 초콜릿을 팔던 뭐를 팔던 재미있고 편하게 포용할 수 있었던 거죠. 사람이 하나를 선택하게 되니까 그렇게 될 수 있는 거죠. 하지만 사람이 그런 자세가 안 되면 많이 삐걱거리죠. 강의 나가서도 애들한테 그런 정신적인 이야기를 해요. 잘 알아듣나요? 그런 정신적인 얘기나 전설 같이 살아온 얘기. 강> 아휴, 딴 데 보고 있죠. 뭐. 그냥 분위기 봐서 이야기해요. 하하. 흔히 요즘가수들이 실력보다 기획사 잘 만나거나 돈이 많아서 가수가되는 경우 만들어지는 경우가 왕왕 있잖아요. 그렇게 만들어진 노래도 못하는 가수 보면 화가 나던데요. 강> 저도 그럴 때가 없는 건 아니죠. 하지만 저는 제가 처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 한거였어요. 사람들이 위치해 있는 자리가 다 다르잖아요. 그 사람들도 나름대로의 최선의 삶을 살고 있을 거예요. 어떻게 보면 제가 살아왔던 때와 지금의 음악적인 세대가 다르니까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하기도 하고 뭐 그렇게 살아가는 거죠. 후배들에게 그런 정신은 얘기해주되 강요하고 싶지는 않아요. 음악인으로서의 자세를 말하는 것이네요. 강> 적어도 음악인, 가수라면 싱어송 라이터의 자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노래만 부른다는 건 자기를 표현하는 것이 약하다고 생각해요. 왜냐면 노래라는 것은 자신의 내면세계를 드러내는 메시지 같은 것이거든요. 자신을 표현하는 건데 갖출 건 갖춰야 하는 거잖아요. 그래야 생명력도 길고 가수로서도 오래 갈수 있는 것 같아요. 만약 실패 하더라도 다시 일어 설수 있고요. 그런데 노래만 할 줄 알면 힘들어요. 계속 삐걱삐걱하고 누구 눈치봐야하고 음악인으로서의 자존심이 안 커나가는 것 같아요.
음악인으로서 자존심이 대단하신 것 같은데 그것 때문에 매니저는 절대 못 구하시겠습니다. 강> 그래서 제가 하고 있잖아요. 앞으로 매니저가 생기면 교육 시킬 수도 있죠. 매니저가 가수를 잡고 휘두르는 것보다 가수가 중심이 되어서 매니저를 움직인단 말이죠? 강> 그렇게 돼야죠. 방송 다니면서 기분 나쁜 게 매니저들이 저한테 선생님 선생님한단 말이예요. 매니저들의 꿈이 가수하나 잘 잡아서 곡 받아서 음반 제작하는 것이거든요. 그 친구들은 어떻게 하면 저한테 한 곡 받아볼까 하는 비즈니스 마인드를 가지고 있어요. 전 이런 게 싫거든요. 안타까운 게 이런 거죠. 제 생각엔 음반제작이나 기획까지도 가수가 해야 한다는 겁니다. 기존의 사업가가 아니라 가수가 직접 해야 모든 걸 알 수 있지 않을까하는 거죠. 음악 하는 사람이 더 인정받고 대우를 받아야 하는데 오히려 몇 몇 방송 피디들 알고 지내면서 음악 틀어 달라고 하는 것 보면 속이 우글우글 그래요. 소위 똥 폼을 잡고 있는 애들이 많은데 너무 각을 잡고 다닌단 말예요. 그게 나중엔 상처를 받게 되지요. 너무 어린 사람들이 가수를 한다고 하는 걸 보면 어떤 걸 생각하세요? 강>; 그만큼 진로에 대해서 빨리 감지했다고 보기 때문에 좋게 생각해요. 일단 자기가 해 볼만큼 해봐야죠. 그래야 미련이 없거든요. 그리고 제가 강의 나가는 학원 같은 경우는 한달 수업료가 이백 오십 만원예요. 그럼 부모들이 얼마나 헐떡거리겠어요? 그걸 아는 학생들이니까 나름대로 강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저도 그 친구들한테 지금은 아마추어이지만 프로가 되기 위해선 아주 기본적인 것부터 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는 거죠.  이야기가 중반으로 접어들 때 즈음 정말 궁금한 게 있었다. 먹고는 살만 한지 아니면 고생해서 번 돈을 무작정 때려 붓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물으려다 예의가 아닌 것 같아 돌려 말했다.
생활전선에 이상 없으신지? 강> 하하. 이상 없습니다. 왜냐면 제가 앨범 홍보하면서 팔고 있고 저작료라는 것도 받고 있어요. 제 앨범 중에 ‘파이팅’이나 ‘이별하지 않은 이별’이 방송에 나오고 있고 노래방 같은데 노래가 있으니까 그쪽에서 저작료를 받고 있지요. 홍보하면서 앨범 판매하는 게 가장 크지 않나요? 강> 그렇죠. 그게 제일 커요. 제가 돈에 욕심이 있다면 한 달에 천 만원정도 벌을 수도 있어요. 한 번 나가서 한 두 시간 정도 하면 이십 만원 정도 버니까요. 제가 마음만 먹으면 뭘 못하겠어요? 음악 할 수 있는 여건은 마련이 되는군요. 강> 지금은 너무 좋죠. 내가 꿈꾸는 세상 때론 슬픔에 기대어 하얀 밤을 새운 날들이 이젠 별이 되어 저 하늘에 흐르고 있어 나 자유롭고 싶어 떠나온 고향의 언덕이 지금도 그리워 차가운 거리에 나만의 꿈을 꾸곤 했었지 지친 어제는 잊고서 내 영혼이 바라는 대로 내 노래로 세상을 채우고 싶어 난 자유롭게 날고 싶어 내게 열린 세상을 보고 싶어 내가 원하 사랑을 위하여 꿈이 있던 날들을 기억해줘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 어릴 때 보았던 저 하늘의 별이 오늘도 내 곁에 흐르네. 장르?! 레드제플린, 스콜피온스, 비틀즈~ 
대중음악이라는 게 자신이 열심히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운, 인맥, 음악적 계보라는 것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만약에 그런 것이 있어서 끌어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해보지 않았습니까? 강> 제 음악에 확신을 갖기 때문에 일단 음악으로 인정만 받으면 어디든 뚫고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아무리 음악이 좋아도 시간이 필요하고 인간적인 교류가 있어야겠지요. 저는 그 인간적인 교류를 쌓으려고 일 년 동안 음료수를 방송국 피디들한테 돌렸어요. 기억해 달라고 말이죠. 왜 그랬냐면 아무리 제가 음악을 만들고 해도 피디가 들어주지 않으면 방송에 나가지 않을 거잖아요. 그래서 피디들은 고마운 사람들이라고 저 스스로를 설득시켰죠. 자존심 상해도 피디가 들어주지 않으면 소용없는 거니까. 6개월 정도 그 생활을 했는데 어떤 피디 분이 보시더니 앉아보래요. 누구 매니저 하냐고 묻더라고요. 저를 매니저로 안거죠. 자기도 매일 음료수를 받아 마시고 그러면서 매니저 치곤 참 성실하다고 생각 했었나 봐요. 그래서 6개월 전에 씨디 드렸다고 했더니 지금 없다고 그래요. 다시 씨디를 줬죠. 그랬더니 바로 다음날 노래를 틀어 주더라고요.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아요. 그렇게 피디들이 알아가게 되더라고요. 계보, 장르끼리 뭉쳐 있는 일종의 기획사, 패밀리가 있잖아요? 반면에 강태웅 씨는 혼자 일하고 있잖아요. 음악적인 고독감이 있을 것 같아요. 강> 저도 저만의 패밀리가 있고 지금도 만들어가고 있어요. 서로 도와주고 음악활동하면서 만나는 사람도 있고요. 음악자체가 좋지 그런 집단적인 것에는 관심을 두고 싶지 않아요. 거기가 마음 뺏기는 게 우습다고 생각해요. 어떤 장르를 계속하고 싶으세요? 강> 장르라는 것이 애매한 표현의 차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저는 2집을 모던 락이나 락 발라드 분위기를 내려고 하고 있어요. 그때그때마다 표현하고 싶은 장르가 있는데 앞으로도 락 발라드 쪽으로 갈 것 같아요. 음악이라는 것이 어떻게 보면 유행일 수도 있거든요. 락 발라드 같은 경우는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악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음악의 흐름 속에서 좀 둔감한 장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강> 제가 락 발라드라고 하지만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거나 머물러 있는 편곡이 아니죠. 시대에 맞는 락 발라드는 분명히 있는 거예요. 대중이 무섭다는 생각 안 해보셨나요? 강> 대중이 무섭다는 생각보다 오히려 저 자신을 무서워하는 것 같아요. 제가 좋아서 하는 음악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혹시 상업적으로 흐르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요. 하지만 제가 좋아서 하는 음악이 인기를 좇고 싶거나 하지는 않거든요. 중요한 건 내 색깔이거든요. 인기가 많고 적고 상관이 없는 것 같아요. 중요한 건 음악이 삶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기획사가 없고 매니저가 없기 때문에 저 혼자서 하는 게 좋습니다. 오히려 전문 기획자가 붙어서 음악에 대한 흐름을 코치해 주신다면 더 발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강> 주변에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 있어요. 같이 얘기도 하지요. 흐름대로 가되 저만의 색깔이 있는 쪽으로 가고 싶은 거죠. 요즘에 고민하는 것이 가사예요. 저한테 맞는 가사가 있거든요. 그런 가사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요. ...........last love (http://www.kangtaewoong.com 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자신의 음악은 대중음악과 예술음악 중 어디에 위치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강> 제가 추구하는 음악이 대중음악 쪽이잖아요. 그러면서 나름대로의 음악성을 추구하려하고 있어요. <당직골>이라는 노래는 그렇게 대중적이지는 않지만 제가 꿈꾸는 세상을 표현한거죠. 제가 판단하는 저의 음악은 대중적인 것 반 순수예술적인 것 반 정도 있는 것 같아요. 너무 대중적인 것으로 가다보면 그 사람만의 색깔을 잃는 것일 수도 있겠고 너무 대중을 의식하지 않으면 안 되겠지요. 작업하면서 그런 것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어느 선을 넘지 않으려고 하는 거죠. 많은 사람이 호응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빙고. 하긴 사람들의 입맛에 다 맞는 음악이 어디 있겠나 싶다. 내 취향이 아닌 음악을 억지로 강요하는 것은 고문에 가까운 일임에 틀림없다. 그런 코드를 찾아내는 것이 당면한 문제인 것 같네요. 어떤 음악 많이 듣는 편이세요? 강> 프로그레시브니 메탈, 재즈, 블루스, 아트락 같이 장르에 구분 없이 많이 듣는 편이예요. 한국 음악의 흐름을 알아보려면 예전에는 홍대 앞 클럽들이 주된 역할을 담당했었습니다. 이곳 음악들이 무시하지 못할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음악평론가들도 이곳에 나와서 흐름을 읽기도 하고요. 혹시 홍대 근처에 나와서 음악적 소스를 얻으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거든요. 강> 여기 나오는 이유는 분위기가 편하고 그 전부터 거리공연을 이쪽에서 해왔기 때문에 분위기가 익숙하고 여기저기서 음악을 들을 수 있어서이기도 하지요. 영향을 준 뮤지션이 있다면? 강> 스콜피온스, 레드 제플린 좋아해요. 비틀즈. 한국 사람들의 정서에 닿고, 한국 사람들만 특히 좋아하는 그룹들이네요. 강> 정서가 와 닿는 것 같아요. 정서를 무시 못하죠. 저도 약간 밝은 쪽보다 슬픈 정서를 표현해 내기가 편한 것 같아요. 왜냐면 그런 쪽도 있어야 하잖아요. 밝은 사람들은 밝은 거 하고 있으니까.. 1.5집에 라틴풍의 이라는 노래 말고도 꼭 락 발라드라고 할 수 없는 것들이 많던데요. 강> 1.5집 같은 경우는 장르가 꽤 다양한 편인데 그건 모니터링 하면서 그 사람들이 좋다는 것만 해놓은 거예요. 그러니까 장르가 그렇게 다양해 진거죠.
 | 혹시 <코요테 어글리>라는 영화 보셨어요? 강> 아뇨, 요즘 통 영화를 못 봤어요. 꼭 봐야겠네요. 갑자기 코요테 어글리 라는 영화가 생각났다. 매력적이지도 않고 별 재주도 없는 여배우가 싱어송 라이터로 성공하는 모습을 그린 전형적인 헐리우드영화인데...강태웅을 보면서 왜 그 영화가 생각났을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