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직골의 꿈꾸는 소년 - 강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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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스타앤스타작성일04-03-18 23:06 조회82,75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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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디사요!
강태웅과의 만남은 이렇게 우연히 시작 되었다. 이 사람 가수였어? 그런데 왜 자기가 팔러 다니지? 친구는 방금 지나간 강태웅에게 관심을 가지면서도 쉽게 이해할 수 없다는 눈치였다. 가수는 가수인데 텔레비전에도 잘 안나오는 가수라고 하자 ‘그럼 인기 없는 사람이네\'하며 곧 잔을 비우고 다른 화제로 돌아갔다. 나는 계속 강태웅의 앨범을 만지작거렸다. 내 마음한 구석에 강태웅에 대한 호기심이 넘쳐나기 시작한 것이었다.(물론 소주 몇 잔의 힘도 무시 할 수는 없었겠지만) 나는 다른 쪽에서 시디를 팔고 있는 강태웅에게 달려가 명함을 건내며 말했다. ‘ 우리 언제 인터뷰 한번 하죠?\' ‘ 아, 예. 그러지요.\' 강태웅의 대답이 나오기 까지 0.5초도 지나지 않았다. 거의 동물적인 반사 신경이라고 말할 수밖에. 소주 몇 잔에 취기가 오른 나는, 순간 당황 한 것이었다.
강태웅의 시디를 들으며 인터뷰 내용을 정리하는데 우리가 좀 늦게 만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이미 방송, 신문 할 것 없이 강태웅을 ‘길거리 가수, 가객, 매니저 없는 가수’로 주목했었기 때문이다. 새삼 뒷북치는 것 같아 민망했지만 어찌되었든 한 주가 지난 뒤 홍대 앞 카페에서 강태웅을 만났다. 스케쥴이 빡빡하실 텐데 시간 내줘서 고맙습니다. 인터뷰 할 때 마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인터뷰이 신상파악하고 자료조사하다보면 무슨 취조하는 느낌도 들거든요. 강태웅 씨 살아온 모습이 놀랍기도 하고요. 상업적으로 흐르는 것을 배제하고 싶다는 겁니까? 사실 가수 강태웅보다 인간 김덕희(강태웅의 본명)의 파란만장한 삶의 이야기가 솔직히 더 매력 있었거든요. 오늘은 이 둘을 적절하게 조절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사 쓰는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가수 강태웅은 보지 못하고 강태웅이 된 김덕희에게만 관심을 기울이는 데에 경계심을 보이고 있는 것 같았다. 때문에 인터뷰 초반 분위기는 사뭇 진지했다. 자신을 단순한 관심의 대상류로 몰아가기 원하지 않는 눈빛은 작년 연예계 비리 사건이 터졌을 때 공중파 방송과 신문이 파리 떼처럼 강태웅에게 달라붙어 집중 조명하고 난 뒤에 생겨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다시 분위기를 정리하며 천천히 강태웅과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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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그러니까 제가 서울에 올라온 이유는 간단하지 않은 거예요. 들어보세요. 처음에는 먹는게 해결되니까 미래를 생각하게 되면서 집으로 돌아왔다가 다시 읍내 이발소로 기술을 배우러 나갔어요. 그때가 열한 살이었어요. 열한 살이라는 나이에 그런 것 생각하기가 힘들잖아요. 열 한 살 나이에요? 어린 나이에도 정보가 굉장히 빠르셨네요. 그런데 왜 양복점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한거죠? 강> 그건 양복점에 있을 때였어요. 그 때 조용필씨 ‘돌아와요 부산항에’하고 하수영씨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 그리고 ‘나훈아’씨를 봤어요. 특히 나훈아씨 노래를 좋아하는데 그 분 노래 고향에 대한 정서가 많이 있잖아요. 많은 이유가 있었겠지만 서울에 올라온 이유는 가수가 되겠다는 거였어요. 서울로 올라갔을 때 시골에서 가졌던 생각들이 변하거나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사실 시골에서 너무 힘든 일을 당한 것 같네요.
그래도 서울에 올라와서 좋은 기억만 있었던 건 아니잖습니까? 사람들에 대한 불신이 생기지는 않았나요? 드라마틱하네요. 실제로 강태웅 씨의 살아온 이야기가 드라마로 꾸며져서 나왔다고 들었는데 어떤 거였어요? 그 드라마 주제가도 불렀다고 들었습니다. 그때 사람들이 가수 강태웅을 알아보고 했을 텐데 소위 ‘떴다’는 생각해보지 않았습니까? 사실 언론이라는 게 단물만 빨아먹고 쏙 빠지는 것 같죠. 계속 이어주지도 못하면서 바람만 넣는 것 같기도 하고요. 가수 활동 할 때 이미지가 중요한데 ‘강태웅은 이렇다.’ 라고 규정지어지면 때론 그것이 치명적인 것이 될 수도 있잖아요.
서운하지 않으세요? 작년에 그렇게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 올해는 어쩐지 썰렁하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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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보기엔 그런 여건 속에서 가수를 꿈꾼다는 것이 정말 미련한 짓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해 보신 적은 없으세요? 법대를 그만두면서 까지 음악을 하려고 했던 이유가 뭡니까? 살아가는 데 그게 가장 어려운 것 같습니다. 꿈과 현실의 경계라는 거요. 주위에서 누가 말리지 않았어요? 많이 외로웠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군요. 음악이 일종의 도피처였겠어요? 아무도 없는 서울. 혈혈단신으로 살아가며 만났던 수많은 외로움을 쏟아낼 것은 노래밖에 없었던 것 같다는 생각 든다. 사람을 좋아하고...등등.. 인터뷰를 시작한지 한 시간이 지날 즈음 강태웅이 가졌던 경계가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가수 강태웅의 음악세계에 대해 묻기로 했다. 가수는 대중들과 만나야 하고 보다 대중들이 음악을 들을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러기 위해서 뒷받침해주는 자본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까지 어떻게 운영해 오신 겁니까? 노래하는 게 가장 큰 행복이다? 평범한 사람들이 가수를 바라보는 시각으로는 절대 이해 못하겠어요. 강태웅은 시디를 팔러 다닌다고 말하지 않고 꼭 홍보하러 다닌 다고 말하고 있었다. 물론 돈을 주고 파는 앨범이지만 자신이 만든 음악을 상품으로 생각하지 않고 자신을 홍보하는 것이다. 그렇게 홍보하러 다니면서 음악을 하는데 필요한 자금을 만들고 대중들을 설득시켜 나가는 것이다. 홍보 다니다 보면 에피소드가 많았을 것 같습니다. 인사동에서 저 만나셨을 때 그랬잖아요. 씨디 사라고 해서 돈 없다고 하니까 그냥 주셨어요. 데모 앨범 만들었을 때 지방 내려가서 모니터링도 했다고 들었는데 처음에 반응이 어땠습니까? 그때 초콜릿을 팔아주었던 사람들도 자기도 한 보탬 했다는 생각도 들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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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만나는 시점과 계기는 사람마다 조금씩 다를 것이다. 갑자기 이게 무슨 소리냐 하면 나도 한때 음악을 한답시고 까불던 때가 있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거다. 학교 노래패를 할 때였다. 지하 동아리 방에서 한 두어 시간 목이 터져라 노래를 부르다 노래에 취하고 가사에 감동해서 눈물도 찔끔 흘리고 나면 머리가 멍해지고 속이 후련해졌었다. 꽃다지가 부럽지 않았고 안치환, 김광석이 부럽지 않았던 지독한 나르시시즘에 빠져 허우적거렸던 것이다. 뭐 노래운동보다 카타르시스, 배설, 욕구해소, 욕망의 미끄러짐으로서의 의미가 아니었나 싶지만 아주 가끔은 노래를 팔아 밥을 먹고사는 삶을 꿈꾼 적이 없는 것은 아니다. 솔직히 그 고된 생 노가다의 바다에 몸을 던질 자신이 없었던 거였지. 물론 실력도 시원찮았지만. 저도 언젠가 가수의 꿈을 꾼 적이 있었는데 지금은 접었어요. 후배들이 있다면 내 길을 따라오라고 이야기 할 수 있겠어요? 물론 음악적 자질도 중요하겠지만 어렵게 해야만 이정도의 위치에 오를 수 있다고 후배들에게 말해 줄 수도 있을 텐데. 잘 알아듣나요? 그런 정신적인 얘기나 전설 같이 살아온 얘기. 흔히 요즘가수들이 실력보다 기획사 잘 만나거나 돈이 많아서 가수가되는 경우 만들어지는 경우가 왕왕 있잖아요. 그렇게 만들어진 노래도 못하는 가수 보면 화가 나던데요. 음악인으로서의 자세를 말하는 것이네요. 매니저가 가수를 잡고 휘두르는 것보다 가수가 중심이 되어서 매니저를 움직인단 말이죠? 너무 어린 사람들이 가수를 한다고 하는 걸 보면 어떤 걸 생각하세요? 이야기가 중반으로 접어들 때 즈음 정말 궁금한 게 있었다. 먹고는 살만 한지 아니면 고생해서 번 돈을 무작정 때려 붓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물으려다 예의가 아닌 것 같아 돌려 말했다.
홍보하면서 앨범 판매하는 게 가장 크지 않나요? 음악 할 수 있는 여건은 마련이 되는군요.
장르?! 레드제플린, 스콜피온스, 비틀즈~ 대중음악이라는 게 자신이 열심히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운, 인맥, 음악적 계보라는 것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만약에 그런 것이 있어서 끌어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해보지 않았습니까? 계보, 장르끼리 뭉쳐 있는 일종의 기획사, 패밀리가 있잖아요? 반면에 강태웅 씨는 혼자 일하고 있잖아요. 음악적인 고독감이 있을 것 같아요. 어떤 장르를 계속하고 싶으세요? 음악이라는 것이 어떻게 보면 유행일 수도 있거든요. 락 발라드 같은 경우는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악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음악의 흐름 속에서 좀 둔감한 장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대중이 무섭다는 생각 안 해보셨나요? 오히려 전문 기획자가 붙어서 음악에 대한 흐름을 코치해 주신다면 더 발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자신의 음악은 대중음악과 예술음악 중 어디에 위치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빙고. 하긴 사람들의 입맛에 다 맞는 음악이 어디 있겠나 싶다. 내 취향이 아닌 음악을 억지로 강요하는 것은 고문에 가까운 일임에 틀림없다. 그런 코드를 찾아내는 것이 당면한 문제인 것 같네요. 어떤 음악 많이 듣는 편이세요? 한국 음악의 흐름을 알아보려면 예전에는 홍대 앞 클럽들이 주된 역할을 담당했었습니다. 이곳 음악들이 무시하지 못할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음악평론가들도 이곳에 나와서 흐름을 읽기도 하고요. 혹시 홍대 근처에 나와서 음악적 소스를 얻으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거든요. 영향을 준 뮤지션이 있다면? 한국 사람들의 정서에 닿고, 한국 사람들만 특히 좋아하는 그룹들이네요. 1.5집에 라틴풍의 이라는 노래 말고도 꼭 락 발라드라고 할 수 없는 것들이 많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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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웅이라는 이름요. 강백호하고 서태웅을 합쳐놓은 거라면서요? 슬램덩크 팬이세요? 불만은 없으셨어요? 이젠 바꿀 수도 없는데. 강산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잠깐 틈을 봐서 여자친구가 있냐는 둥의 사생활을 캐물었지만 뭐 그런 걸 물어보냐며 면박을 주었다. 역시 가수들은 사생활 밝히는 것에 민감한 것 인가? 민망하기 짝이 없어 근황을 좀 더 묻기로 했다.
하루일정이 생각보다 빡빡할 것 같네요. 스스로에 대한 음악평을 해보신다면? 인터뷰가 끝나갈 즈음 강태웅은 약간 상기되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나에 대한 경계심을 조금은 풀어진 것인 어떤지는 모를 일이었는데 미처 하지 못한 이야기가 있는 것 같아보였다. 하고 싶은 말씀이 많으셨을 텐데 제가 짚어내지 못한 게 많은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언론에서 만들어왔던 강태웅의 모습은 개인사에 조명을 많이 했잖아요. 그래서 음악적인 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큰 짐일 것 같습니다. 진짜 돈벌고 싶지 않으세요? 강태웅의 음악을 이해하려면 일단 인간 김덕희를 알고 강태웅을 들어야 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요.
메이저 가수, 모든 사람들이 알아봐주는 가수가 되고 나서 하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그게 더 좋다고 생각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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