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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W(Where The Story E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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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스타앤스타
작성일05-05-27 09:58 조회84,78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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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Where The Story End’, 줄여서 ‘WTSE’라는 조금은 길고도 낯선 이름의 그룹이 데뷔 앨범을 발표했다.

그 뜻 “이야기가 끝나는 곳” 은 대부분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동화의 끝부분에 자주 쓰이는 어구라고 한다.

이들의, 두 눈을 감으면 눈 속에 보이는 정체 불명의 섬광, 살바도르 달리가 무인도에서 마지막으로 작업하고 싶은 소재로 꼽았다는 ‘안내섬광(眼內閃光)’이라는 제목을 단 이 앨범은, 모하비, 달파란, 트렌지스터 헤드 등 실력 있는 테크노 뮤지션들의 본격 테크노 앨범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던 90년대 말, 소위 ‘한국 테크노 태동기’가 막바지에 다다를 무렵에 발표된 앨범이었다.

그런데 이들의 데뷔작인 ‘안내섬광’은 이전에 우리가 만났던 정통 테크노 사운드들과는 그 방향성을 조금 달리 했다.

오히려 그들이 선보이는 사운드는 우리가 익히 들어왔던, 소프트하고 멜로디에 중점을 둔 ‘POP’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매니아가 아니라면 조금은 버거울 수 있는 일렉트로니카 사운드에 팝의 감성을 적절히 녹여내며 ‘따뜻한 디지털’이라는 색다른 사운드를 만들어낸 세 남자, 그들이 바로 배영준, 김상훈, 한재원이다. 그리고 이 세 사람은 모두 그룹 ‘코나’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팀의 리더인 배영준은 ‘그녀의 아침’,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 ‘마녀 여행을 떠나다’ 등 아름다운 멜로디와 세련된 라틴리듬의 ‘여름 노래’들로 90년대에 큰 사랑을 받았던 그룹 코나의 리더, 한 마디로 ‘멜로디 메이커’다.

그룹 W의 막내이자 메인 보컬을 담당하고 있는 김상훈 역시 2000년 코나 5집에 실린 ‘Overdrive’를 통해 작곡가로 데뷔한 이후, 박완규, 한경일, 박기영, 박혜경 등 많은 가수들에게 곡을 주며 그 이름을 알려왔다.

팀의 ‘둘째’인 한재원은 팀 내에서 가장 스타일리쉬하며, 동시에 일렉트로니카 사운드에 특출한 실력을 보여 현재 DJ로도 활동하고 있는데, 99년에 그룹 TGS로 데뷔, 2000년에 코나 5집을 통해 그 실력을 검증 받았다.

이처럼 메인스트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던 세 남자는 매번 대중들의 기호에만 맞추는 가요보다는 자신들이 정말 원하는 음악을 하겠다는 신념아래, 소규모 인디 레이블로서 좋은 뮤지션들을 다수 배출해낸 ‘문라이즈 레코드’를 통해 데뷔 앨범을 발표했다.

당시 그들은 ‘오버에서 언더로의 회귀’라는 점에서 이한철의 그룹 ‘불독맨션’과 자주 비교되기도 했다. 그러나, 소규모 레이블이라는 영업/홍보의 한계, 게다가 일반인들은 일렉트로니카 사운드의 개념조차 모호해하던 시절이었기에, 다시 말해 시대를 너무 앞서간 바람에 비평가들의 열렬한 지지와 찬사에도 불구하고 대중적으로 큰 반향을 얻지는 못했다.

그리고 2005년, 그들은 러브홀릭, 이승열, 클레지콰이 프로젝트 등 음악적 깊이와 대중성을 고루 겸비한 감각 있는 뮤지션들을 배출해낸 플럭서스(Fluxus) 레코드와 전격적으로 계약하고, 그룹명 역시 ‘W’로 개명하여 새 앨범을 발표하게 되었다. 결코 끝나지 않을 그들만의 이야기가 또 다시 시작되려 하는 것이다.

한국 퓨전 일렉트로니카 사운드의 결론. W의 ‘Where the story ends’

‘W’로 이름을 바꾼 그들의 새 앨범은 그야말로 한층 세련되어지고, 더욱 멜로딕해졌다.

그간 그들이 펼쳐온 기존의 일렉트로니카 사운드의 강점들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귀에 쏙쏙 들어오는 멜로디와 가사를 통해 대중적인 설득력까지 겸비했다.

그런 면에서 그들의 새 앨범은 ‘퓨전 하우스’라는 새로운 대안으로서 한국 댄스 뮤직의 수준을 한 단계 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클래지콰이 프로젝트’의 음악과도 많은 부분에서 비교할 만하다.

클래지콰이 프로젝트의 음악에 비해 좀 더 남성적이면서도 스트레이트하며, 오히려 좀 더 ‘한국적’이다. 그들은 ‘일렉트로니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록, 블루스, 소프트 팝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혼합, 새로운 ‘W’사운드를 직조해낸다.

그들의 노래는 때로 석양이 지는 도시의 도로를 가로지를 때의 BGM 같기도 하고, 빛나는 토요일 밤의 클럽에서 울려퍼지는 나만의 주제가처럼 들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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